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를 처음 봤을 때에는 굉장히 진 빠지는 뮤지컬이라고 느꼈다. 아무리 빈센트가 비극적이고 불행했던 삶을 살았던 화가라지만 극의 80%가 땅을 구르며 절규하고 시종일관 자학하는 모습들이라 그걸 지켜보는 관객들이 되려 피로감을 느끼기도 한다.
이 넘버에서는 극의 긴장감이 조금은 풀리면서 분위기가 환기된다. 두 번째 넘버로 등장했던 ⌜From. 빈센트 반 고흐⌟ 의 리프라이즈로 시공간의 이동이 잦았던 지금까지의 전개를 정리하는 넘버이다. ⌜From. 빈센트 반 고흐 (Reprise)⌟ 를 감상한 관객들은 눈치챘을 것이다. ⌜To. 빈센트 반 고흐⌟ 로 테오가 죽은 형을 그리며 극의 시작을 알리자마자 형이 죽기 전날로 시간이 이동되었던 것, 그리고 그때 ⌜From. 빈센트 반 고흐⌟로 등장했던 빈센트가 죽음을 앞둔 ⌜From. 빈센트 반 고흐 (Reprise)⌟와 같은 시점이었다는 것을 말이다.
리프라이즈 버전은 오리지널 버전보다는 더 애잔하고 슬프게 들린다. 극 초반에 등장하는 오리지널 버전은 관객들이 빈센트가 죽음을 앞둔 상황인걸 인지하지 못하고 감상할 때라 일부러 더 발랄하고 장난기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. 리프라이즈에서는 이제 모두가 빈센트의 죽음을 알고 있기에 빈센트는 눈물이 번진 모습으로 더 슬픈 감정을 담아 노래를 부른다. 어쩌면 극 초반에 쌩쌩할 때 부른 것과 극 막바지에 다다른 시점에서 거진 탈진할듯한 상태로 부르는 모습이 서로 대비되어 더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다. 애드리브도 오리지널 버전과는 달리 많이 절제된 것도 느낄 수 있다. 모쪼록 리프라이즈에서 색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었던 좋은 연출이었다.
오리지널과는 다른 연출이 하나 더 있다. 오리지널 버전에서는 빈센트가 노래를 끝마치면서 이젤과 캔버스를 들고 무대 밖으로 퇴장한다. 리프라이즈에서는 서랍에서 권총도 함께 챙겨서 무대를 퇴장한다.
From. 빈센트 반 고흐 (Reprise)
작곡 작사 선우정아
테오야, 이 편지를 타고 흐르고 흘러
다시 오늘밤으로 돌아왔어
아름다운 오베르의 밤으로
보이니?
바람과 온도
달과 별의 하모니
모든 시름을 잊을 만큼
아름다운 오베르의 밤
나의 숨소리
나의 맥박
나의 모든 신경이
감미롭게 춤을 추는
오베르의 밤
창문으로 들어오는 밤공기가 좋아
밖에서 들어오는 고소한 냄새
밀들이 바람에 사부작 거리는 소리
다락방을 가득 메운 정적이 좋아
꼬질꼬질한 이불에
먹다 남은 빵 부스러기
나에겐 최상급 스위트 룸이지
여인숙 가장 높이
가장 구석에 웅크린 방
맞잖아, 스위트 룸!
유난히도 분위기 좋은 오늘 밤
유난히도 머리가 맑은 오늘 밤
나쁘지 않아 오히려 완벽해
그리울 거야 이 밤
꼭 이 시간이 되면
보고 싶은 사람
테오, 내 동생 테오 반 고흐
너에게 편지를 쓰지
from
그동안 주고받았던 편지들
그와 함께 보냈던 수많은 작품들
그리고 그 안에 무수히 많은 사건들
테오, 넌 아마 지긋지긋할지도
from 빈센트
난 아무렇지 않다고
걱정하지 말라고
from 빈센트 반 고흐
모든 게 잘 될 거라고
아무 문제없을 거라고
from 빈센트 반 고흐
평생에 걸친 우리 대화 그 안에
내가 있어, 우리가 있어
빈센트 반 고흐
오 테오 반 고흐
빈센트 반 고흐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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